[퍼온글] MFC는 영원하다?

2007년 07월 04일

퍼온곳 : http://minjang.egloos.com/1313277

MFC는 영원하다?

요즘 아주 좋아라 하면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Adobe에서 나온 Lightroom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보통 DSLR 급의 카메라들은 JPEG파일 외에도 RAW라는 말 그대로 원시 포맷 형태로도 결과물을 만들어 준다. 이 RAW 파일들은 화이트밸런스 및 노출 보정에 아주 좋기 때문에 JPEG이었다면 복구하기 힘든 사진도 거의 완벽하게 살릴 수 있다. Adobe Lightroom은 이런 RAW 파일을 조작하는데 아주 편리하고 아름다운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준다.

그림 1. Adobe Lightroom

직업이 프로그래머였던 터라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윈도우 버전 프로그램은 MFC (Microsoft Foundation Class)로 만들어져 있다. 2007년에 나온 프로그램이 무려 10년이나 더 된, 그리고 더 이상 MS에서도 잘 업데이트 하지 않는 MFC를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그 만큼 윈도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NET 보다는 Win32 및 MFC를 그냥 쓰는 것이 더 편하고 더 좋은 성능을 준다는 것을 함축한다. 뜬금없는 비유를 하자면 지금 새로운 웹 서비스를 만드는데 ActiveX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단, 차이가 있다면 다른 플랫폼을 위해서도 다른 버전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결국 핵심!)

그림 2. Spy++로 Window Class 명을 살펴본다. AfxFrameOrView는 MFC를 사용했음을 뜻한다.

그림 3. Dependency Walker로 MFC관련 DLL이 있는 것으로도 파악 가능.

물론, Lightroom은 맥 버전도 있으므로 엔진 부분은 플랫폼 독립적이고, GUI 부분만 윈도우에서는 MFC를 이용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Lightroom 같은 그래픽 프로그램이 플랫폼 독립을 위해 자바를 쓴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두 배의 노력이 들어도 각각 플랫폼에서 가장 빠른 성능을 낼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것이 더 이익이다. 마찬가지로 웹 서비스도 무조건 표준, 플랫폼 독립만을 추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공짜는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MFC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윈도우 프로그래밍 개발 라이브러리였다. 한 눈에 봐도 너무나 MFC 스러운 네이트온 메신저나 ACDSee 등 많은 프로그램이 MFC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MS는 MFC에 큰 업데이트를 하지 않고 새로운 버전의 Visual Studio가 나오면 약간의 수정 및 보안 사항을 패치할 뿐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여전히 많은 프로그램들이 아직도 Win32 혹은 MFC를 이용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왜 이럴까?

그림 4. 역시 NateOn도 MFC로 만들어져있다. Afx...

IT 분야는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보니 언제나 새로운 기술을 사용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의외로 IT 분야는 매우 보수적인 것 같다. 대표적인 예로, 은행권 같은 곳의 솔루션들은 안정성이 최우선이므로 상당히 오래된 것들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래서 MS 솔루션이 진입하기가 매우 힘들다). 일반적인 개발 업체에서도 마찬가지다. Visual Studio 2005가 나온 지 2년이 지나도 아직까지도 Visual Studio 6.0을 쓰는 곳도 허다하다 (e.g. 콩나물 지도를 보기 위해 깔리는 Fasoo라는 솔루션은 VC++ 6으로 컴파일이 되어 비스타에서 계속 죽는다. 룰루랄라~). 사람들이 Windows Vista가 나와도 여전히 90%가 XP를 쓰는 것처럼 개발자도 다를 것이 없다.

2003년, 두 번째 회사에 막 합류하였을 때 (내 기준으로는) 아직까지도 VC++ 6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총대를 매고 여러 개선된 점이 참 많으니 VS 2003으로 업그레이드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 많은 기존의 코드를 VS 2003에서 문제 없이 컴파일이 되어야 하는지 검증해야 하고, 또한 VS 2003을 이용하여 컴파일 했을 때, 배포 시 어려움이 없는지도 따져야만 했다. 결국 짧지 않는 시간 동안 준비 끝에 개발 툴을 VS 2003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것도 신버전 프로그램이 나오면 바로바로 깔아보는 나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그나마 가능하였다.

개발자들이 바보라서, 또 과거의 기술에 집착해서 MFC나 ActiveX 같은 오래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 만큼 이들 방법론들이 검증이 되었고 (아, ActiveX는 워낙 욕을 먹으니 예외로 하자) 좋은 성능을 가져다 주기 때문에 더 최신 방법론이 있어도 쉽게 옮겨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 전에 원초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왜 오피스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해?" 혹은 "왜 윈도우 비스타로 바꿔야 해?"라고 질문을 하듯, 새로운 기술을 당장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MFC를 이용한 나의 프로그래밍 알바도 계속 된다. ㅋ